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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엔드게임 리뷰 – 모든 이야기가 모인 순간, 히어로의 진짜 의미를 되묻다

by heyni 2025. 3. 29.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10년에 걸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압도적인 스케일의 서사와 감동적인 캐릭터의 결말, 그리고 세대를 아우르는 팬들을 위한 완벽한 헌사로 평가받는다. 시간여행이라는 복잡한 구조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으며, ‘히어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진중하게 답한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상징이 되었다.

히어로 영화 그 이상의 감정, ‘마침표’가 아닌 하나의 ‘기념비’

2019년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Avengers: Endgame)’은 단순히 슈퍼히어로 영화의 한 편이 아니다. 이는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이어져 온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총체적 마무리이자, 한 세대를 함께 걸어온 팬들과의 감정적 작별이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악당을 물리치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간, 선택, 희생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 거대한 서사시다. ‘엔드게임’은 전편인 ‘인피니티 워’의 충격적인 결말 이후 5년이 흐른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타노스에 의해 우주의 절반이 사라지고, 살아남은 영웅들은 죄책감과 무력감 속에서 살아간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히어로’라는 존재를 처음부터 다시 조명한다. 더 이상 강력한 힘을 가진 구원자가 아닌, 상실과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 인간적인 존재로서 말이다.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는 딸과 함께 조용한 삶을 살지만 여전히 과거에 묶여 있고, 스티브 로저스(캡틴 아메리카)는 사람들을 위로하며 자신도 버텨내려 애쓴다. 블랙 위도우는 조직을 재정비하며 여전히 책임감을 지고 있고, 호크아이는 가족을 잃고 암살자가 되어버린다. 이렇듯 ‘엔드게임’은 슈퍼히어로의 ‘신화’를 해체하고, 그들을 일상 속 인간으로 다시 세운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는 시간여행이라는 서사 장치를 통해 다시 연결된다. 인피니티 스톤을 되찾기 위한 여정은 과거 MCU 작품 속 명장면들을 다시 방문하게 만들며, 팬들에게는 일종의 ‘회고 여행’이 된다. 하지만 이 장치는 단지 팬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각 인물이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고 성장하는 내면적 장치로도 작동한다. ‘엔드게임’의 가장 큰 감동은, 결국 각 인물이 선택하는 ‘자기 희생’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영웅들이 그저 강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버릴 수 있는 용기를 가졌기에 진짜 영웅이라는 사실을 이 영화에서 재확인한다. 그리고 그 선택은 이후의 세계를 바꾼다.

 

시간여행, 감정선, 그리고 캐릭터 아크의 완결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중심 구조는 시간여행이다. 이 설정은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서 실수를 고치자는 플롯을 넘어서, 각 캐릭터가 자신의 과거와 직면하는 서사적 장치로 기능한다. 토니는 아버지 하워드 스타크와 마주하며 부모로서의 책임과 인간적인 유대를 느끼고, 스티브는 과거의 연인 페기를 다시 보며 잃어버린 시간을 실감한다. 브루스 배너는 헐크와의 내적 갈등을 종결시키고 ‘스마트 헐크’로 거듭난다. 이처럼 시간여행은 단순한 사건 해결이 아니라, 캐릭터 아크의 완결을 위한 상징적 여정이다. 이들이 다시 과거의 자신, 잃어버린 사람들, 미완의 사건들과 마주하면서 성장하고 변화하는 모습은 영화에 깊은 감정적 무게를 부여한다. 특히 호크아이와 블랙 위도우가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 서로를 희생하려는 장면은 그들의 우정과 책임감, 그리고 인간적인 연대감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야기의 정점은 마지막 전투 장면이다. 타노스의 대군과 맞서는 모든 히어로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이 장면은 10년간의 팬심을 하나로 모은, 일종의 ‘세레모니’다. 블랙 팬서, 스파이더맨, 캡틴 마블 등 수많은 히어로들이 등장하고, 캡틴 아메리카가 묠니르를 드는 장면은 극장의 환호를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명장면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도 영화는 감정을 잃지 않는다. 토니 스타크의 희생은 단연코 영화의 클라이맥스다. “I am Iron Man.”이라는 대사로 시작된 MCU의 역사는, 다시 같은 대사로 끝난다. 이는 단지 한 캐릭터의 죽음이 아닌, MCU라는 세계관이 완성되었음을 상징한다. 아이언맨은 단순히 갑옷을 입은 사람이 아니라, 세상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한 인간으로서 기억된다. 캡틴 아메리카는 마지막 인피니티 스톤을 제자리에 돌려놓기 위해 시간 속으로 사라지지만, 결국 과거에 남아 사랑했던 페기와 함께 노년의 삶을 살아간다. 그가 마지막으로 넘겨준 방패는 ‘다음 세대’로의 계승을 상징하며, 영웅의 개념이 이제는 새로운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음을 예고한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스펙터클에만 의존하지 않고, 감정의 균형을 섬세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관객은 울고, 웃고, 박수치고, 숨죽이고, 마지막에는 침묵하게 된다. 그것은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하나의 ‘의식’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끝난 후, 우리 곁에 남은 이야기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단지 시리즈의 종결편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 대중문화의 정점이자, 집단적 감정이 하나의 영화로 응축된 사건이었다. 이 영화는 히어로의 개념을 다시 정의하고, 우리가 히어로에게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되묻게 만든다. 결국 힘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이고, 기술보다 위대한 것은 ‘희생’이라는 점을 말이다. 이 영화가 남긴 것은 장대한 세계관만이 아니다. 팬들에게는 첫 히어로를 떠나보내는 슬픔, 그리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설렘이 함께 존재한다. ‘엔드게임’은 분명히 끝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토니의 죽음, 스티브의 은퇴, 나타샤의 희생은 각각 ‘다음’에 대한 이야기의 토대가 된다. 또한 이 영화는 팬들과 함께 성장해온 서사이기도 하다. 10년 전 한 명의 히어로로 시작했던 이야기가, 이제는 수십 명의 히어로가 하나의 우주를 만들어가는 세계관으로 확장되었다. 이 과정에서 팬들은 단지 소비자가 아닌 ‘동행자’가 되었고, 엔드게임은 그 여정을 마무리하는 완벽한 이정표였다. 감독 루소 형제는 이 영화를 통해 팬들에 대한 진심어린 존중과 마블 세계관에 대한 애정을 담아냈고, 배우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끝까지 책임지며, 퇴장조차 아름답게 만들었다. 특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토니 스타크로서 단지 슈퍼히어로를 연기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결국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히어로는 선택받은 사람이 아니라, 선택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우리 삶 속에서도 작지만 의미 있는 선택을 계속해 나간다. 이것은 끝이 아니다. 이것은 ‘사랑받았던 이야기’가 남긴,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감정의 흔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