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타이완은 무더운 여름을 앞두고 비교적 선선하고 쾌적한 날씨를 즐길 수 있는 시기입니다. 그중에서도 타이중은 타이페이보다 조금 더 한적하고, 지역 특유의 활기와 매력이 살아 있는 도시로, 특히 야시장은 타이중 여행의 핵심입니다. 펑지아 야시장과 이중 야시장은 다양한 먹거리와 쇼핑, 지역 문화를 가까이서 경험할 수 있어 여행자들에게 매력적인 밤의 명소로 꼽힙니다. 이번 글에서는 타이중 야시장을 중심으로 4월 여행 루트를 제안합니다.
밤에 피는 도시의 얼굴, 타이중 야시장
타이완 여행을 이야기할 때 야시장을 빼놓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타이완 중부에 위치한 타이중은 그 야시장 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도시다. 서울보다 한층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일상과 여행자의 호기심이 한데 뒤섞이는 이 공간은 단순한 ‘시장’이 아니다. 문화이고, 삶이고, 또 하나의 축제다.
4월의 타이중은 날씨가 안정적이고 비가 적으며, 기온도 20도 내외로 쾌적한 편이다. 한낮엔 예술거리와 공원들을 걷기에 좋고, 해가 지면 도시의 온기가 가장 진하게 느껴지는 야시장으로 발걸음이 향한다. 낮의 타이중이 차분한 매력을 보여준다면, 밤의 타이중은 음식 냄새와 조명, 웃음소리로 사람들을 부른다.
펑지아 야시장(逢甲夜市), 이중 야시장(一中街夜市)은 타이중을 대표하는 두 야시장으로, 현지인과 여행객이 함께 뒤섞여 도시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그 도시의 냄새, 온도, 리듬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다. 타이완의 진정한 매력은 어쩌면 이 밤에 있다.
펑지아와 이중, 두 개의 밤을 걷다
먼저 펑지아 야시장. 이곳은 타이중에서 가장 큰 야시장으로, 학생들이 많은 펑지아 대학교 인근에 자리잡고 있어 젊고 활기찬 분위기가 특징이다. 수백 개의 포장마차가 늘어서 있으며, 길거리 음식의 종류도 압도적으로 다양하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대왕 치킨(炸雞排), 굴전(蚵仔煎), 우육면, 그리고 특유의 대만 버블티다. 하지만 음식뿐만 아니라 의류, 악세서리, 핸드폰 케이스 같은 소소한 생활용품들도 많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가격도 매우 저렴해 부담 없이 쇼핑을 즐길 수 있다.
펑지아는 단순히 먹는 공간이 아니라, 그 지역의 유행과 개성을 가장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장소다.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 이곳은 관광지라기보다는 ‘삶의 현장’에 가까워, 진짜 타이완을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 더없이 매력적인 공간이 된다.
이중 야시장은 그보다 약간 더 작은 규모지만, 길고 넓게 이어진 도보형 야시장으로 조금 더 정돈된 인상을 준다. 특히 야시장 초입부터 이어지는 음식 가판대들의 향연은 침샘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고기꼬치, 감자튀김, 바삭한 오징어튀김 등 비교적 익숙한 메뉴부터, 대만 특유의 스낵들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어 처음 방문하는 여행자도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야시장 모두 근처에 학생가와 로컬 거주지가 밀집해 있어 ‘관광용’이 아닌 진짜 ‘생활형’ 야시장이라는 것이다. 그만큼 과도한 상술이 없고, 소박한 매력과 진짜 분위기가 살아 있다. 여행 중 하루쯤은 특별한 계획 없이 이곳에서 천천히 걷고, 눈에 띄는 음식을 먹고, 맥주 한 캔으로 마무리해도 충분한 만족을 느낄 수 있다.
낮보다 선명한 밤, 타이중에서 느끼는 생기
여행이라는 말 속엔 늘 비일상적인 설렘이 담겨 있다. 하지만 타이중 야시장 여행은 그 설렘이 과장되지 않고, 오히려 친근하고 따뜻한 온도로 다가온다. 밤의 거리, 전구 불빛 아래에서 사람들이 나누는 말소리,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주문하는 풍경. 그 속에서 우리는 그들의 삶을 살짝 엿본다.
펑지아와 이중 야시장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낮의 정적인 풍경과는 달리, 이곳의 밤은 살아 움직이고,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4월의 타이중은 여행자에게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완벽한 계절을 선물한다. 그리고 야시장은 그 계절을 가장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는 곳이다.
무언가를 꼭 사거나 보지 않아도 좋다. 그냥 한 바퀴 돌고, 군것질 하나 하고, 음악 소리를 들으며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그것이 바로 타이완 야시장의 힘이며, 타이중이라는 도시의 진짜 얼굴이다. 당신이 이 봄, 누군가의 권유 없이도 스스로 걷고 싶어진다면, 타이중의 밤은 충분한 이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