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팬문화에서 굿즈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다. 특히 팬이 직접 기획하고 제작한 ‘커스텀 굿즈’는 기존의 공식 상품과는 다른 의미와 감성을 지닌다. 최근에는 팬들이 직접 디자인한 포토카드, 아크릴 키링, 인형, 슬로건 등이 커뮤니티를 통해 유통되며 하나의 창작 문화로 확장되고 있다. 본문에서는 커스텀 굿즈가 어떻게 탄생하고, 유행하며, 팬들 사이에서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살펴본다.
굿즈, 추억이자 감정의 오브제 – 팬의 손에서 태어난 소장품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건 단지 음악을 듣고 무대를 보는 일이 아니다. 팬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존재를 일상 속에 남기고 싶어 한다. 그래서 굿즈는 그저 물건이 아닌, 감정의 물리화다. 특히 팬들이 직접 만든 ‘커스텀 굿즈’는 단순히 소비를 넘어서 창작의 영역에 가깝다. 커스텀 굿즈의 시작은 소박했다. 손글씨로 만든 스티커, 직접 출력한 포토카드, 포토샵으로 편집한 배경화면. 하지만 팬문화가 성장하면서 팬들은 스스로 디자이너, 제작자, 유통자가 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전문 굿즈샵 못지않은 퀄리티로, 팬들이 만든 굿즈가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고, 거래되며, 문화적 상징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굿즈는 단지 보기 좋기 때문만이 아니라, ‘팬이 만든 굿즈’라는 사실 자체에 감정이 실린다. 같은 팬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소비 이상의 감정을 자극하고, 그 물건은 곧 ‘팬과 팬 사이의 연결고리’가 된다. 공식 굿즈가 브랜드의 연장이라면, 커스텀 굿즈는 팬심의 집합체다. 굿즈는 그래서 ‘소장’의 대상이 되면서 동시에 ‘공유’의 매개가 된다. 팬들은 굿즈 교환, 랜덤 포카 맞교환, 슬로건 공동 구매 등의 방식으로 서로 연결되고, 굿즈는 그 사이에서 일종의 통화처럼 작동한다. 커스텀 굿즈는 그렇게 단순한 상품을 넘어서 팬문화의 사회적 연결망 역할을 한다.
커스텀 굿즈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 팬이 기획하고 팬이 유통하는 시스템
팬 굿즈 제작은 기획부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이 팬 손에서 이뤄진다. 먼저 팬 계정 혹은 디자이너 계정이 주체가 되어 아이돌의 콘셉트에 맞는 굿즈를 기획한다. 생일, 데뷔일, 컴백, 콘서트 시즌 등 테마에 따라 디자인 콘셉트가 결정되며, 이 과정에서 팬들끼리 의견을 모으거나 SNS 투표를 활용하기도 한다. 가장 인기 있는 품목은 포토카드(일명 ‘포카’), 키링, 투명 부채, 슬로건, 미니북, 인형이다. 특히 포카는 실제 앨범 내 공식 포카와 동일한 크기로 제작되며, 팬들이 직접 선택한 사진이나 컬러 필터를 입혀 소장 가치를 높인다. 인형 굿즈는 특정 멤버를 형상화한 캐릭터로 제작되어 오프라인 굿즈 거래 카페에서 인기가 높다. 제작은 대부분 굿즈 전문 업체를 통해 진행된다. 팬이 디자인한 시안을 바탕으로 수량을 정하고, 단체 주문을 받아 제작비를 선결제한 뒤 배송된다. 최근에는 QR 결제, 온라인 플랫폼, 폼(폼메이커 등)을 이용한 굿즈 공동 구매 시스템이 자리 잡아, 비공식 굿즈임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유통 흐름을 가진다. 굿즈 교환 문화 또한 트렌드의 중심이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텔레그램 오픈채팅방을 통해 팬들은 자신이 가진 굿즈를 소개하고, 원하는 굿즈를 교환하거나 판매한다. ‘포카 교환’이라는 키워드는 단지 물건을 바꾸는 게 아니라, 팬 사이의 감정적 소통이 일어나는 문화적 접점이다. 최근에는 패키지 굿즈도 유행이다. 예를 들어, ‘멤버 생일 세트’로 구성된 박스에는 포카, 스티커, 엽서, 컵홀더, 포장 상자가 포함된다. 팬들은 마치 앨범 언박싱처럼 이 굿즈 패키지를 개봉하며 하나의 ‘개인적 콘서트 경험’을 만들기도 한다. SNS 인증샷을 올리고, 굿즈 개봉 영상을 공유하면서 감정이 확장되고 회전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커스텀 굿즈는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 비상업성 때문에 팬들은 ‘진심이 담긴 굿즈’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굿즈는 단지 소유하기 위한 물건이 아니라, 팬심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표현하는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된다.
굿즈는 감정의 물건이다 – 팬이 만든 창작물의 힘
공식 굿즈가 브랜드의 언어로 아티스트를 표현한다면, 커스텀 굿즈는 팬의 언어로 그를 해석한다. 그 안에는 취향과 감정, 경험과 기억이 담겨 있고, 그래서 똑같은 포카 한 장도 팬에 따라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 팬이 만든 굿즈는 단지 상품이 아니다. 그것은 팬이 직접 쓴 편지이고, 좋아한다는 감정을 오브제로 구현한 창작물이다. 그래서 팬들은 굿즈를 모을 때 단지 디자인이 예뻐서가 아니라, ‘이 굿즈를 만든 팬의 감정’까지 함께 수집하는 것이다. 물론 비공식 굿즈는 저작권, 상업성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그러나 그것을 단순히 ‘비허용된 상품’으로만 보는 것은 팬 문화의 다층적인 감정과 표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커스텀 굿즈는 상품이라기보다 ‘소통의 감각’이며, ‘감정의 기록’이다. 팬은 소비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창작자다. 팬이 만든 굿즈는 그 사실을 조용히 증명한다. 그리고 오늘도 누군가는 새 굿즈를 만든다. 좋아하는 마음을 가장 예쁘게 남기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