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개봉한 ‘히트맨 2’는 전편의 유쾌한 분위기를 계승하면서도 한층 더 커진 스케일과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로 돌아온 액션 코미디 속편이다. 전직 암살요원 준이 평범한 웹툰 작가로 살아가려는 와중, 또 한 번 의도치 않게 국가급 테러 음모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고군분투를 그린다. 진지함 대신 과감한 웃음과 현실감 없는 설정 속에서, 영화는 장르적 유쾌함을 무기로 관객과 거리낌 없는 소통을 시도한다.
속편의 부담보다 속편의 장점을 꺼내다 – 히트맨 2의 귀환
속편은 언제나 어려운 공식이다. 전작의 흥행을 계승하되,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야 하며, 익숙함과 참신함 사이의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히트맨 2’는 그 공식의 정석을 따른다. ‘전직 암살요원 + 웹툰 작가’라는 독특한 설정을 다시 꺼내들되, 이번에는 ‘웹툰의 이야기’가 현실을 위협하는 구조로 확장된다. 이로 인해 1편의 기초 위에 더 넓어진 세계와 더 큰 사건이 얹히는 방식이다. 주인공 준(권상우)은 여전히 불안정한 인기의 웹툰 작가다. 그가 만든 웹툰 속 캐릭터들은 전직 암살요원이었던 자신과 닮아 있고, 이 설정은 팬들에겐 재미를, 정보기관엔 불편함을 안긴다. 영화는 이 설정을 코미디로 녹이면서, 동시에 블랙코미디적인 상황을 빠르게 전개해 나간다. 그는 본의 아니게 국가 보안 사건에 휘말리고, 다시는 꺼내지 않으려던 본능과 기술을 다시 써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속편의 가장 큰 강점은 전편에서 다 그리지 못한 캐릭터의 매력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히트맨 2’는 바로 그 지점을 정확히 활용한다. 준의 가족, 특히 아내 미나와 딸 해나의 존재감이 훨씬 커졌으며, 이들은 단지 주변 인물이 아닌 사건 전개의 축으로 작용한다. 웃음을 유발하는 주요 장면 대부분도 가족 간의 갈등과 협력에서 나온다. 또한 이번 작품은 유머의 방향이 달라졌다. 전편이 상황 코미디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대사와 설정 자체의 패러디 요소가 강화되었다. 특히 준이 웹툰 연재 중 상상하는 장면들이 현실과 교차되며 생기는 과장된 전개는 관객에게 만화적 재미와 영화적 리듬을 동시에 제공한다. ‘히트맨 2’는 새로운 이야기를 담았지만, 1편을 본 관객에겐 익숙한 감정선을 따라가게 한다. 그리고 그 익숙함은 지루함이 아니라, 전작을 기억하는 관객에겐 ‘다시 돌아왔다’는 반가움으로 작용한다.
유쾌한 설정, 탄탄한 캐릭터 – 액션과 코미디의 균형 조율
‘히트맨 2’의 가장 큰 매력은 장르적 균형이다. 액션 코미디라는 틀 안에서 두 요소가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고, 번갈아 중심에 올라선다. 예를 들어 전투 장면은 단순히 때리고 부수는 데 그치지 않고, 미끄러지거나 잘못 던진 무기 하나에도 웃음을 유발한다. 반면, 가족 간의 대화에서는 코미디가 중심이지만, 그 사이사이에 삽입되는 조용한 갈등은 감정의 농도를 유지시킨다. 이 영화의 액션은 할리우드 스타일과 한국 정서가 잘 섞여 있다. 큰 폭발이나 총격전이 아니라, 좁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근접 전투, 일상 속 사물을 무기로 활용하는 방식 등에서 코믹한 리듬이 살아난다. 액션 장면은 과장되어 있지만, 그 과장이 캐릭터의 성격과 연결되면서 납득 가능한 유머로 이어진다. 등장하는 조연 캐릭터들도 주목할 만하다. 준의 과거를 알고 있는 동료 요원, 정부 기관의 엉뚱한 간부, 그리고 새로운 위협 세력 등은 각기 다른 에피소드에서 중심축을 담당하며, 이야기의 리듬을 교차시킨다. 특히 이이경이 연기하는 신참 요원은 액션 속 웃음의 대부분을 이끌어내며 영화의 톤을 안정시킨다. 스토리 구조는 전형적이다. 주인공이 원치 않는 사건에 휘말리고,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싸우며, 결국엔 이전보다 더 큰 성장을 이룬다. 이 전개는 예측 가능하지만, 오히려 이 장르에선 익숙함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관객은 이야기 흐름에 몰입하면서도, 중간중간의 장면 전환과 캐릭터 반응에서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 또한 영화는 스스로의 장르를 비틀 줄 안다. 준이 웹툰 속 이야기를 현실로 착각하거나, 반대로 현실을 콘텐츠로 전환하는 메타 장면들은 ‘이 영화가 얼마나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설정이 웃긴 게 아니라, 영화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농담처럼 작동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히트맨 2’는 자신이 어떤 영화인지를 정확히 알고, 그 범위 안에서 관객에게 최대한의 재미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재미를 아는 속편 – 히트맨 2가 건넨 유쾌한 한 방
속편이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전작과 비교 당하는 것이 당연하고, 반복되는 유머는 식상하다는 평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히트맨 2’는 그 틀을 알고 있음에도 과감하게 본인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그것은 바로 ‘자기 비하와 과장’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다. 이 영화는 진지한 감정선을 끝까지 유지하지 않는다. 웃음이 필요하면 감정을 끊고, 액션이 밀리면 상황을 코미디로 전환한다. 이 빠른 전환과 유연함이야말로 속편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며, 동시에 시리즈의 지속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는 요소다. 또한 ‘히트맨 2’는 관객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가볍게 시작해서, 크게 웃고, 조금 울컥하고, 마지막엔 후련하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감정선을 잘 조율한다. 그리고 이 리듬감은 1편을 본 사람뿐 아니라 처음 접한 관객에게도 충분히 전달된다. 영화가 끝나면, 생각보다 많은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것은 스토리나 결말 때문이 아니라, 캐릭터들이 품고 있던 작은 농담들과 상황 반전이 던져준 소소한 웃음 때문이다. ‘히트맨 2’는 거창하지 않지만, 충분히 즐겁고, 또 보고 싶은 영화다. 결국 중요한 건, 복잡하지 않게 웃고 나오는 그 순간. 그리고 ‘히트맨 2’는 그 목적에 충실했다.